물줄기 따라 굽이치는 계곡의 절경을 따라 차를 몰았다. 진안군 주천면에 위치한 운일암·반일암이다. 구름이 아니면 오고 가지도 못해 운일이요, 하루에 해가 절반만 들 만큼 깊어 반일이다. 정철이 사미인곡에서 노래한 심산궁곡(深山窮谷)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런데 이 외딴 절경에서 흥겨운 풍악이 들린다. 제22회 진안 고원 운장산 고로쇠축제다.
고로쇠 수액은 단풍나무과 나무인 고로쇠나무의 수액이다. 봄철에 땅속 수분과 뿌리에 저장해 둔 양분을 빨아올린 물을 관으로 채취한다. 짧은 시기에만 적은 양이 나는데, 운장산 고로쇠는 일교차가 크고 물이 맑아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진안 고로쇠 축제는 전국 고로쇠 관련 축제 중에서도 그 역사가 긴 편이다.
축제장에 들어서자 진안군의 마스코트 '빠망(빨간망아지)' 관광객을 반겼다. 비가 흩뿌리는 날씨에도, 손마다 풍선을 쥔 아이들은 줄을 서서 '빠망'과 사진을 찍었다.
간단한 스탬프 투어와 곳곳에 차려진 행사 부스들이 눈길을 끌었다. 가장 긴 줄이 서 있는 곳은 진안 도민체전을 홍보하는 부스였는데, 다트를 던져 경품을 얻는 미니게임이 가장 인기였다.
입구에 손수건 만들기, 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존이 눈길을 끌었고, 입구 가까이의 고로쇠 할인 판매장은 수액을 시음하려는 사람들과 고로쇠 수액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르포 취재를 겸해 전북특별자치도의 축제장을 찾아갈 때마다 가족과 동행하다 보니,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가 어느새 가장 중요해졌다. 초등학생 남매를 위해 이번 고로쇠 축제에선 ‘고로쇠 숲 탐험대’가 낙점됐다.
가족 단위로 꾸려진 '고로쇠 숲 탐험대'는 집합과 함께 먼저 팥으로 간이 손난로부터 만들었다. 미리 키트처럼 인원수대로 준비된 손난로를 꼬물꼬물 만든 뒤, 전자레인지에 데워 숲길로 향했다. 쌀쌀한 날씨에 딱 맞는 오프닝이었다.
산책길을 따라 산책길 주변의 동식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고로쇠 채취 모습을 보면서 고로쇠 시음도 할 수 있는 알찬 코스다. 마지막엔 계곡가에서 밧줄 놀이로 마무리를 하고, 고로쇠 수액을 선물로 받아 갔다. 체험 신청 시 소정의 참가비가 있었지만, 선물로 주는 고로쇠 수액이 꽤 많아 그 가격을 감안하면 탐험대 참가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다만 신청 과정에서 e메일 접수를 진행했는데, 체험을 신청하던 아내는 '구글폼이나 네이버폼을 활용했으면 더 편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출출해진 배를 채우러 '축제의 꽃'인 먹거리 장터로 향했다. 무대에선 솜사탕과 비눗방울을 활용한 흥겨운 마술쇼가 한창인 가운데, 족발과 오징어 부침개, 제육덮밥, 유부우동 등을 시켜서 즐겼다. 기자도 홍삼 막걸리가 다 팔리는 바람에 아쉬운 대로 생막걸리를 곁들였다. 가족들의 투표 결과 최고의 음식은 오징어 부침개였다. 다회용기를 회수하는 시스템으로, 일회용품과 쓰레기를 최소화한 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포인트였다.
무대에선 고로쇠 물 표현하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지나갔고, 고로쇠 고추장 만들기도 펼쳐졌다. 선착순으로 끊다 보니 기자의 앞에서 끊겨 체험을 해보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는데, 다양한 연령층의 가족들이 함께 고추장 만들기를 즐겼다.
방문객 편의를 위한 셔틀버스 운행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전주에서 온 한 관광객은 "올해부터 전주에서 타고 올 수 있어 편리하다"라고 평했다. 다만 그 횟수가 적고 출발 시각(전주행)이 이른 편이라, 행사 막바지 경품권 추첨 시간을 이와 조율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산속에 숨겨져 있지만 맑게 응축된 고로쇠처럼, 작지만 보물 같은 축제였다.











